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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각규 한국지역문화이벤트 연구소장
“전국이 들썩” 지방축제 흥행 귀재

이천 도자기·금산 인삼축제 등 ‘대박’ 지역이벤트 기획 컨설팅 … ‘세계적 잔치’ 육성 의욕

이임광 기자 LLKHKB@kbizweek.com

지난 4월9일 삼나무를 엮어 만든 제주 전통 뗏목인 ‘떼배’(일명 테우) 한척이 전남 영암의 대불항을 떠났다. 20여일간의 긴 항해 끝에 이 테우는 일본 후쿠오카 가라쓰항에 도착했다. 1천6백여년전에도 이와 똑같은 항해를 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백제의 ‘왕인 박사’였다. 일본에 백제문화를 전파한 그의 여정을 따라 바닷길 탐사에 나선 것이다. 이 재현 행사는 4월7~10일까지 전남 영암군 월출산 부근에서 ‘일본속의 백제문화와 왕인박사’란 주제로 열린 ‘2001 왕인문화축제’의 하이라이트였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주목한 이 축제를 총괄 기획한 사람은 이각규(44) 한국지역문화이벤트 연구소장. 지난 85년부터 축제 기획과 컨설팅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한일 문화교류의 선구자였던 왕인 박사의 기상을 고취하는 한편 고대 일본문화(아스카문화)의 뿌리가 한국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해내고 싶었습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예술단 등 8천7백여명을 출연시켜 백제인들의 전통민속놀이인 들돌들기 쌍륙놀이 투호놀이 등 51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잃어버린 백제문화를 21세기에 재조명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에 한문을 전래한 왕인이 영암에서 출항했다는 학설을 근거로 한 왕인의 개인적 업적을 ‘백제문화의 일본 전파’란 차원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그 때문에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 축제는 문화관광부가 올 상반기 집중육성 5대축제로 선정했을 만큼 국제적 행사로 발돋움했다.

‘참여하는 축제’ 기획 이벤트마다 인파 넘쳐

지난 연말을 기준으로 국내 지방축제는 6백건을 넘어섰다. 축제가 열리는 곳에서 이소장을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1년 중 절반 이상은 지방에서 보낼 정도로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이벤트를 창조하는 데 온통 정신이 팔려있다. 그동안 그가 만들어놓은 큼직큼직한 축제만도 수십 건이 넘는다. 이천 도자기축제를 비롯해 지난 5월 열린 장성 홍길동 축제와 충주 무술축제에 이르기까지 그가 손을 댔다 하면 조그만 지역잔치도 그럴싸한 문화축제로 탈바꿈한다. 이 때문에 그에게는 지역문화를 알리고 싶어하는 지방 자치단체들의 ‘삼고초려’가 줄을 잇는다.

이소장이 불을 지핀 축제마다 수천명의 인파가 몰려드는 데는 그만의 독특한 비결이 있다. 바로 ‘참여하는 축제’를 기획하기 때문이다. 그가 95년 성공시킨 이천 도자기축제도 그런 것이다. 그때까지는 8년 넘게 계속된 축제였음에도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의 특성을 살리지 못해 그저 도자기 산지의 형식적 행사로 매번 막을 내렸다. 이를 바꿔 도자기가 이천지역의 특산품이기에 앞서 한국문화의 정수라는 점을 부각시켰던 게 적중했다. 관광객들이 직접 체험하도록 한 ‘내가 만든 도자기 코너’가 축제 열기를 더욱 달궜다. 역시 그의 우수 작품 중 하나인 금산 인삼축제에서도 관광객들이 직접 인삼을 캐는 이벤트를 풀어놓자 축제 전체에 활력이 솟았다.

이소장이 지역축제를 이벤트화하고 관광산업화할 수 있었던 싹은 지난 84년 부산 산업대 응용미술과를 졸업하고 롯데전자 광고 디자이너로 입사했을 때부터 움트고 있었다. 그 후 대홍기획 판촉 플래너로 옮긴 지 2년 뒤인 87년 일본의 제일기획사로 3개월간 연수를 간 것이 이벤트 기획자로 탈바꿈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는 실제 사례를 체득하기 위해 다리품을 팔며 틈만 나면 이벤트 현장을 찾아다녔다. 귀국 이듬해 88올림픽 문화행사중 ‘세계음식축제’ 기획과 컨설팅을 시작으로 대전엑스포에서 홍보 문화행사 등의 기획을 맡아 본격적으로 이벤트에 뛰어들었다. 지역축제의 성공 가능성을 예감한 것도 그 때였다. 당시 문화관광부에서 지역축제의 관광자원화를 입안하면서 기회를 얻었다. 당시 일었던 이벤트 붐에 발맞춰 96년 금산인삼제, 98년 강화 고인돌 축제를 잇달아 성공시키면서 그 분야에선 독보적인 전문가로 자리를 굳혔다.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작정하고 서울광고기획을 떠나 98년 자신의 이벤트연구소를 냈다.

그는 현재 축제 기획자에서 축제 분석가로도 역량을 갖춰가고 있다. 그래서 국내 지역축제에 대해 할 말도 많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지역축제가 붐을 이뤘습니다. 지자체 노력도 노력이지만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협조도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지역축제가 한정된 공간에서 치러지는 ‘자족적인’ 이벤트 수준이라고 그는 꼬집는다. 그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전국민이 동참할 수 있는 단계를 거쳐 세계 각국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문화상품화해 국제적 행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 개발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민·관·공 3박자 맞아야 성공”

그가 말하는 지역축제 ‘키워드’ 가운데 특히 ‘관광성’과 ‘세계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홍길동축제에서 일본 이시가키시 민속공연팀이 특별 참가토록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 점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아무리 ‘재료’가 좋은 지역문화축제도 예산만 낭비하고 주민들로부터 원망을 듣는 졸작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또 자치단체의 행정 경험과 민간 기획자들의 창의성이 결합된 ‘제3섹터’가 운영주체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천 도자기조합이 민관협력으로 역할과 예산을 분담해 도자기축제를 치르면서 제3섹터론을 정착시킨 것을 그 성공사례로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이천 도자기축제가 7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해 12일 동안 90억원의 관광수입을 올린 것도 그의 이론을 뒷받침한다.

이소장은 지역 축제 현장에서 쌓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지난해엔 <21세기 지역이벤트 전략>이란 실무지침서도 펴냈다. 지역이벤트 분야에서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에선 그의 책이 ‘텍스트북’처럼 읽힐 정도다. 여러 대학을 돌아다니며 ‘이벤트학’ 강의도 한다.

지역이벤트야말로 미래산업으로서 전망이 밝다고 그는 말한다. “지역의 문화와 산업이 어울어질 수 있는 축제의 형태가 바람직합니다. 일종의 ‘축제 장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문화축제를 매개로 산업박람회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을 세계인들이 몰려드는 거대한 축제의 나라로 만들겠다는 게 이소장의 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