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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프로듀서 이각규
축제를 만드는 '마이더스의 손'


축제를 만드는 사람 이각규(44). 그의 손은 '마이더스의 손'과도 같다. 축제에 관한한, 적어도 그렇다. '마을 잔치'에 머물었던 축제를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축제로 위상을 끌어올린,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무대 뒤 주인공이다. ------

문화산업에 대해서는 말만 많았지 뚜렷한 성공사례를 낳지 못했던 지난 95년. 축제의 문화관광상품화를 타진하기 위한 시금석으로 열린 제9회 이천도자기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새로운 축제의 장을 열었다.

그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이벤트 전문 기획자로 알려져 있다. 84년 부산산업대 응용미술과를 나온 그는 (주)롯데전자 광고 디자이너로 근무하다 85년 대홍기획으로 옮긴 후부터 15년간 줄곧 이벤트 분야에서 일해오고 있다. 현재는 한국지역문화이벤트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 연수때 '티켓 판매 시스템'에 놀라
지금은 흔한게 이벤트이지만 80년대 중반은 '이벤트'라는 어휘부터가 생소했다고. "이벤트 일을 하고 싶어 가수공연·쇼 할 것 없이 좇아다녔으나 그 어디서도 속시원한 답을 얻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일본으로 연수가는 방송사 선배에게 이벤트 관련서적을 사와 달라고 부탁했다. 얼마후 그 선배가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이씨에게 건넨 책은 120페이지 분량의 '이벤트 프로듀서 입문'. 이씨는 아직도 그 책이름을 잊어버리지 않고 있다며 웃는다.

그러던 그가 이벤트 일을 전문적으로 해보겠다고 생각한 것은 87년. 일본의 제일기획(DIK)으로 3개월간의 세일즈 프로모션 연수를 다녀오면서부터이다. 평일에는 사례중심의 이벤트 교육을 받았고 주말에는 현장을 찾아다녔다. 박람회 프로듀서 도요타 가즈히로, 패션 프로듀서 오히데 가즈히로, 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 삼페이 마사히로등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이벤트 전문가는 그때 모두 만나봤다고 말한다. 세계적 팝가수인 마돈나나 두란두란등의 초청 공연으로 유명한 삼페이 마사히로를 만나러 갔을 때는 그의 사무실이 조그마한데 한번 놀라고 10명밖에 안되는 직원이 세계적인 대공연을 원만히 치러내는데 두번 놀랐다고 말한다.

그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은 또 있었다. 일본의 공연 티켓 판매 시스템. 주말에 공연을 보기 위해 티켓피아 포스터(가맹점)에 들렀는데 PC 단말기로 예약 가능한 좌석의 배열도를 실제의 공연장과 똑같이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것은 일종의 충격이었다. 지금도 한국에서는 흔치않은 시스템이다.

이천도자기축제, 금산인삼제등 성공 시켜
한국으로 돌아온 이씨는 일본 연수 경험을 바탕으로 88올림픽 문화축제 행사중 '세계음식축제'를 비롯 대전엑스포 홍보프로젝트, 빅토리코리아-90월드컵출전 한국축구팀 응원싸인대회등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그러다 95년 문화부가 문화관광축제로의 발전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시금석으로 삼은 이천도자기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러내 국내 지역 축제의 새로운 물꼬를 트는데 막후에서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이후 한국의 대표적 상징물이 도자기만이 아닌 인삼·종이라는데 착안한 그는 제16회 금산인삼제와 '99전주종이축제를 기획·컨설팅했을 뿐만 아니라 97년 양양송이축제·'98강화고인돌축제·제3회 정읍내장산단풍축제등을 성공시키는데도 크게 기여했다.

그런 이씨에게 한국의 지역축제 중 가장 성공적인 것을 꼽아 보라고 하자 마치 준비라도 한듯 이천도자기축제라고 말한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외국인들도 호감을 보이는 도자기라는 아이템을 축제의 소재로 삼은데다 행정관청이나 도자기조합, 문화원등 3자로 구성된 추진위원회가 상호 견제와 합리적 의견 수용을 이루고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과 자신들이 못하는 것을 잘 알고 있더군요"

축제를 기획하며 가장 힘든 점은 뭐냐고 묻자 날씨와 주민인식이라고 말한다. 아닌게 아니라 강화고인돌축제는 2년 연속 비가 내려 애를 먹었고, 일부 축제의 경우 토호세력의 보수성에 부닥치기도 했다. '욕심'많은 주최측도 불만이다. "주어진 예산은 생각하지 않고 남들이 하는 것은 다 하려고 하면 똑같아지든가 파행적으로 흘러가기 십상이예요. 하나라도 알차게 꾸며 독특한 축제를 만드려는 노력이 있어야 해요"

또 축제의 관(官)주도·민(民)주도중 어느쪽이 좋으냐고 묻자 "어느 한쪽만이 좋다고 말할 수 없다"며 '절충론'을 편다. "각기 장점을 살려 민·관이 합동으로 주최가 되고 전문가가 참여하는 제3섹터 방식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박람회 여는 것' 최종 꿈

이씨는 1년에 1백일 정도는 현장에서 보낸다. 여느해 못지않게 올해도 바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월 10일부터 22일까지 장장 13일 동안 열리는 제14회 이천도자기축제를 비롯 올해부터 강화역사문화축제로 이름이 바뀐 강화고인돌축제, 그리고 지난 4월에 농촌에 구제역이 발생함에 따라 9월28일부터 10월3일까지로 연기된 제3회 충주세계무술축제등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현재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에서 '이벤트론'을 강의하고 있는 이씨는 '신토불이 이벤트전문서'가 없는 현실을 감안해 지금까지 터득한 이론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달 중 '21세기 지역이벤트전략'과 '이벤트실무핸드북' 3권등 모두 4권의 이벤트 전문서를 한꺼번에 펴낼 계획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씨에게 최종적인 꿈이 뭐냐고 물어보자 '제대로 된 지방박람회를 여는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그에게서 일본에 비해 30년 뒤진 한국의 이벤트산업의 장래를 점쳐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성일자 2000년 7월 1일

강민철 (월간 우리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