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함평에서는 계절을 막론하고 어디서든 나비를 만날 수 있다. 광주～영광 간 국도에서 함평으로 진입하는 첫머리인 월야면의 한 야산과 함평읍 함평천 앞산에는 철쭉 등 수십만 그루의 수목을 이용해 길이 30～70m의 대형 나비모형이 조성돼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진·출입로 등 주요 관문에는 나비상징탑이 서 있고, 읍내도로의 가로등은 나비모양을 하고 있다. 공공건물과 화장실은 물론, 심지어 군 공무원들의 명함에도 나비가 들어있다.
나비동산
이러한 함평군의 나비사랑이 시작된 것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깨끗한 환경에서만 사는 나비를 소재로 대규모 축제를 개최하자.’는 이석형군수의 제안으로 비교적 간소하게 개최된 제 1회 함평나비축제는 관광객 60만명 동원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동안, 함평군은 국내 관광객들에게 나비하면 함평군이 떠오를 수 있도록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매년 개최된 나비축제는 그러한 노력의 결정적인 요소였고, 나비의 청정한 이미지는 곧 함평군 자체도 ‘청정한 무공해 지역’이라는 이미지로 전환시켜주었다.
함평군은 이렇게 전환된 이미지를 지역의 농업이나 기타 생산업 등에도 확장하여, 나비의 이미지로 통일되는 브랜드로 정착시켰다. 나비 브랜드의 상품판매전략 역시 성공하여, 축제기간 이외에도 상시적인 수입원이 될 수 있었다. 함평군의 이러한 도전과 성공은 국내 지방자치단체에게 차별화된 콘텐츠를 바탕으로 이벤트를 개최하면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얼마든지 잡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렇게 나비의 고장으로 자리매김한 함평군은,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더 넓은 무대로 도약하기위한 준비를 했다. 매년 꾸준히 나비축제를 개최해 오면서도, 약 4년에 걸친 준비기간 끝에 “2008함평세계나비?곤충엑스포”를 개최하게 되었다. 45일의 기간 동안 국내외 관광객을 맞아들인 엑스포는 추정 경제효과 2000억원이라는 놀라운 성공을 거두며, 잘 준비된 축제는 지역을 뛰어넘어 지구촌 모두의 축제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분명한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1 .함평나비대축제의 탄생과 발전과정
나비축제가 개최되기 전 까지 함평군은 무색무취(無色無臭)의 고장으로 불렸다. 그만큼 내세울 것이 없다는 뜻이다. 인구는 4만명이 채 안됐고,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23.5%에, 인구 중 71%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관광지로 개발할 만한 곳 이라고 해봤자 가장 높은 불갑산이 해발516m에 불과할 정도로, 변변한 관광자원도 없었다. 그렇다고 주민소득을 끌어올릴 이렇다 할 공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가지고 있는 것은 평범한 평야지대의 논, 밭뿐인 상황에서, 전직 방송사PD였던 이석형 군수는 지역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나비를 떠올렸다. 나비는 그 모양의 독특함과 빛깔의 아름다움 등으로 어른과 아이들을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친근하고 좋아하는 곤충이다. 또 나비는 환경에 매우 민감해 오염이 되지 않은 깨끗한 곳에서만 서식한다.
이군수는 이러한 나비의 청정한 이미지를 이용해, 함평이라는 작은 농촌을 친환경 이미지로 특화시키고자 하였다. 나비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 바로 “나비축제”였다. 당시 200평 가량의 비닐하우스에서 나비를 기르고, 100여만평의 함평천변에 보라색 자운영과 노란색 유채꽃을 키워 그 위에 나비들을 날렸다. 5일간의 축제기간이 끝난 후 축제에 투입된 2억 5천만원의 예산은 10억원 이상의 관광수입이 되어 돌아왔다.
나비축제 전경
나비 생태 체험관
첫 회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함평군은 더욱 적극적으로 나비축제를 확대해나가기 시작했다. 나비에 대한 연구와 육성을 위해 전문가를 영입하여 ‘나비연구소’를 설립하였다. 또한 농촌의 생활과 쾌적한 자연환경을 그대로 활용하여 체험과 학습을 겸할 수 있는 생태체험 공간을 확장하였다. 자운영·유채·갓 등 전통 꽃단지 수백만평을 조성하여 관광자원화하였고, 2004년에는 45,000평의 광장을 준비하여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위한 영구시설물들을 마련했다.
이러한 노력들은 축제 때뿐만 아니라, 관광객의 꾸준한 증가로 이어졌다. 축제이전에는 연간 20만 명 수준이던 관광객은 이제 연간 300만 명 이상으로 급증하게 되었다.
나비날리기 체험
나비 표본
또 2006년까지 축제시기 동안에만, 누적관광객이 1000만 명 고지를 돌파하였다. 지난 2007년의 나비축제는, 엑스포 준비로 인해 여건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볼거리와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등을 통해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며 호평을 받았다. 결국 그해 연말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2008년도 최우수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되면서, 국비 3억 5천만원과 한국관광공사를 통한 해외홍보, 마케팅지원 등의 혜택을 받게 되었다. 2008년 세계엑스포 개최의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된 것이다.
2 .축제로 인한 파급효과
(1) 직접적 경제효과
앞서 살펴본바와 같은 관광객의 증가는 곧 군 전체의 경제 수입 증가와 직결되었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개최된 나비축제에 한정해서 살펴볼 때, 함평군이 9년간 나비축제에 투자한 개최비용은 총 48억 4300만원 정도이며, 그에 비해 9년간 직?간접적으로 거둬들인 수입은 856억 4700만원 가량으로 17배에 달한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의 표 1), 표 2)와 같다.
표 1)년도별 경제효과 분석 현황
표 2) 함평 나비 축제 관람객 및 입장수입 추이
(2) 간접적 파급효과
1)“나비=함평”이라는 대외적 이미지창출과 “나비”의 브랜드화
함평은 나비축제를 통해「친환경 농업=나비?곤충 산업=함평」이라는 지역이미지를 창출하여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효과를 창출하였다. 함평에서 생산되는 상품은 그자체로 친환경상품으로 인정받았다.
따라서 나비축제를 통한 지역의 ‘청정’이미지 홍보는 곧바로 농업과 관광 등 모든 부문에 ‘나비’라는 브랜드를 활용한 경영과 마케팅전략으로 연결됐다.
지역 내 쌀재배면적의 17%에 이르는 500여만평의 땅에 가을이면 자운영을 심었다가 갈아엎는 자연거름 농법이 보급됐다. 여기서 생산된 쌀에 ‘나비쌀’이라는 브랜드명을 붙여 판매하였다. 나비쌀은 나비축제로 알려진 함평의 친환경 이미지를 그대로 반영하여, 조금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축제를 막 시작하였을 당시 함평군의 쌀 판매액은 2억 3000만원에 불과했지만, 5년 뒤인 2004년에는 5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밖에 한우나 상추, 양파 등의 이 지역 농축산물도 청정한 이미지의 브랜드 효과에 수혜를 입었다.
나드라 매장
나비 쌀
나비의 브랜드화는 농산물 뿐 아니라 일반 상품개발에도 이어졌다. 군은 디자인전문회사에 의뢰해 지난 2000년부터 나비를 형상화한 고유브랜드 ‘나르다(Nareda)’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현재 넥타이·스카프·티셔츠·블라우스등 58개 품목 223종의 상품을 개발, 판매하고 있으며, 2007년까지 수익금은 70억원에 이르고 있다.
2) 나비곤충 벤처산업 육성
곤충연구소의 나비사육기술을 주민들에게 이전, 주민이 직접 장수풍뎅이 등을 직접 생산하여 판매하거나 나비날개를 이용한 상품을 생산?판매하는 벤처산업 육성하였다. 이 결과 실제로 함평군은 매년 약 20만 마리 이상의 나비를 인공부화 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었다. 이렇게 부화되는 나비는 전국 지자체 행사용으로 공급하고, 출판사에는 나비, 곤충표본을 제공하고 있다.
3) 군민의 자신감 표출 및 응집력 결집
나비축제는 사회단체가 주관한 프로그램을 신설, 운영하고 있으며, 자원봉사자 320여명이 참여하여 분야별로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여 관광객의 편의를 도모하는 등 군민 참여축제로 정착하였다. 축제는 단순히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간 중 군민이 평소 접하기 힘든 다양한 문화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장이 되었다. 나비축제의 거듭된 성공은 군민의 자신감과 애향심 함양의 원동력이 되었다 함평군은 주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축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숙박시설 투자에 관심이 없었던 군민들을 대신해 전통 한옥과 민박 개보수 사업을 추진하여 고급화 한 민박업소들을 마련하였고, 이는 축제의 직접 수입이외에도 훌륭한 부수입이 되었다.
그림 1) 함평 나비마케팅 개념도
3.함평군의 새로운 도약-2008세계나비·곤충엑스포
2008년 봄을 관통하는 45일간, 전남 함평 함평천변 109만㎡을 꽃과 나비 그리고 곤충의 세상으로 꾸며 첫 선을 보인 '2008함평세계나비·곤충엑스포'는, 인구 3만8000명의 농촌 소 도읍에서 열린 행사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생태환경을 주제로 한 독창적 전시와 운영으로 다른 지방박람회에 비해 경쟁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엑스포 포스터
엑스포 행사장 전경
(1) 경제효과
특히 2008년 엑스포는, 경제적 효과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3만여 명을 포함, 모두 130여 만명이 관람했고, 입장수입도 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조직위는 "관람객 수는 군 인구의 34배에 이르며, 유료 관람객과 입장수입은 다른 지방박람회에 비해 월등히 많다"고 밝혔다. 조직위에 따르면, 이번 엑스포의 1일 평균 유료입장객은 2만3200여 명, 입장수입은 2억1100만원이다. 이는 2007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1만7,000여명, 2005년 울진농업엑스포 2만여명, 2006년 고성공룡엑스포 1만9,000여명, 2006년 금산인삼엑스포 1만7,000여명 보다 월등히 많다. 입장수입도 경주 1억3,000만원, 울진 1억5,000만원, 고성 1억2,500만원, 금산 1억800만원 등을 압도하는 수치이다.
관람객이 몰리자, 함평은 물론, 무안·나주·목포 등 전남 서남권의 숙박·음식업계는 큰 특수를 누렸다. 함평에서는 122곳의 민박이 가동돼 농외소득을 올렸다. 엑스포 행사장 안에서만 친환경 농·특산물 5억2500만원 어치가 팔렸다.
또한 친환경 생태축제의 노하우를 배우거나 공유하려는 협력 제안이 쇄도했고, 투자유치도 이어졌다. 경기 김포와 경남 마산, 필리핀 팔라완주의 한 도시 등과 교류협약을 맺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함평의 노하우와 경기도의 돈을 합쳐 경기도에 나비곤충생태관을 짓자고 제안했다. 웅진그룹은 군립도서관에 3000여 권의 도서를 기증했고, 광주월광교회는 200억 원 규모의 대안학교 설립계획을 밝혔다. ㈜제로하우스는 70억 원을 들여 저(低)에너지 건축자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엑스포장 주차장에는 130억 원이 투자돼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섰다. 군은 "직·간접 수입과 생산·소득 유발효과 등을 포함한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중앙부처와 자치단체·의회 등 200여 곳의 벤치마킹 방문도 이어졌다. 2012여수세계박람회, 2009인천세계도시축전, 2008창녕람사르총회 등 대규모 행사를 준비 중인 주최 측 관계자들도 함평의 노하우를 배웠다.
(2) 성공요인
1)차별화 된 소재와 전시
이번 엑스포는 살아 있는 나비와 곤충을 활용한 차별화된 전시로 관람객들을 사로잡았다. 국내·외 450종 7000여 마리의 나비·곤충 표본관과 살아 있는 나비 39종 33만 마리를 보여준 국제나비생태관, 살아 있는 곤충 87종 3만4000여 마리가 선보인 국제곤충관 등은 몰려드는 인파로 관람 동선(動線)을 재조정해야 했다. 순금 162㎏으로 만든 황금박쥐 조형물과 3D입체 애니메이션, 곤충의 사계를 미니어처로 재현한 숲속의 곤충마을, 식물 250여 종의 재배모습을 선보인 친환경농업관 등도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엑스포는 드넓은 행사장의 조경과 시설연출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함평천 습지공원과 엑스포장 관람 동선 65만㎡에는 꽃양귀비·금계국·안개초·수레국화·팬지·금잔화·데이지·사루비아·다알리아·석죽·메리골드 등 100여 종의 꽃이 만발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북문 게이트
주제관
2)민관의 적극적인 참여·협동
이번 엑스포는 보통의 대규모 행사들처럼 전문업체에 맡겨 운영하지 않고, 군민과 공직자가 직접 준비하고 운영하는 '직영' 방식으로 행사를 치러냈다. 주민 1000여 명이 매표소·안내소·전시관·체험장 등에서 안내·통역·청소·수화 등 자원봉사를 맡아 엑스포 성공의 주역이 됐다.
조직위는 "새벽에서부터 밤늦도록,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은 군민과 공무원들의 열정이 엑스포 성공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엑스포를 계기로 국도 24호선 확·포장, 함평천 정비, 화양근린공원 조성, 주제관과 황금박쥐 생태관 건립 등 1000억원에 이르는 사업이 추진돼, 휴식공간이 크게 확충됐다. 이런 시설들은 함평이 사계절 관광지로 거듭나는 기반시설이자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자원이 될 것으로 군은 기대했다.
국제 나비관
나비 퍼레이드
(3)향후 과제
함평군은 이번 엑스포를 계기로 함평이 미생물?곤충 응용물질?천적 등의 곤충산업, 곤충학술연구, 곤충관련기업 등 나비?곤충과 관련된 모든 것의 중심이 돼 농촌경제회생의 새로운 모범사례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무엇보다 국제행사로서, 외국인 관람객을 위한 안내표지판이 부족했던 점이 지적됐다. 일시에 관람객이 몰렸을 경우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운영상 문제점과 그늘이 있는 휴식공간 부족 등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혔다.
서해안고속도로, 무안공항 등으로 교통여건이 개선됐으나, 여전히 멀게 느껴지는 수도권과의 거리를 극복할 방안과 부족한 숙박시설 등도 과제로 남겨졌다. 이러한 점들은 사실상 지자체만의 힘으로는 극복할 수는 없으므로 중앙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석형 함평 군수는 “중장기적으로 미래를 선도하는 생태전원도시로서 함평의 환경과 생태적인 요소를 최적화하여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진 함평으로 발전시키겠다.”며 “엑스포 수익을 쾌적한 엑스포공원으로 조성해 인프라 구축에 재투자 하는 등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겠다.” 고 포부를 밝혔다.
(자료제공:함평군, 함평세계나비곤충엑스포 조직위원회)
